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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비자나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건강이나 범죄에 대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는데 적어도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통하여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단, 이를 위해서는 범죄의 처벌이 끝난 날로부터 최소 5년이 지나야 합니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캐나다 입국이나 비자 신청이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요? 이민국은 Temporary Resident Permit (이하 TRP)이라는 제도로 결격사유가 있어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국을 허락하기도 하며 정상참작 이민 프로그램 (Humanitarian and Compassionate Considerations)을 통하여 결격사유가 있거나 기존 영주권 프로그램으로 자격조건을 만족할 수 없는 사람 중 캐나다를 떠날 수 없는 사람에게 영주권을 주기도 합니다. 정상참작 이민이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영주권을 심사하는 것에 반해 TRP는 방문 비자, 취업 비자, 학생 비자와 같은 임시 비자를 심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이민관의 재량으로 결과가 결정됩니다. 정상참작 이민의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서 정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필해야 하는 반면, TRP는 임시 비자의 개념이니 신청하는 비자의 목적에 맞게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승인은 크게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습니다. TRP와 정상참작 이민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 A씨와 B씨의 사례를 통하여 알아보겠습니다.
A씨는 캐나다에 온 후 음주운전에 적발되어 범죄기록이 생긴 케이스입니다. 캐나다 내의 음주운전 기록은 보통 5년이 흐르면 사면 (Record Suspension) 신청이 가능합니다. 사면이 될 시점에 맞추어 TRP를 통한 취업 비자로 체류 신분을 연장하며 영주권 신청을 준비하였습니다. 캐나다에서 숙련직으로 근무하며 잘 정착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여 무난하게 TRP를 승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영주권 수속은 2년 정도가 걸리므로 벌금 납입일로부터 3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영주권 신청서를 접수하였습니다. 사면이 될 시점에 영주권 심사도 막바지에 이를 수 있도록 계획을 잡았습니다. A씨는 5년이 좀 넘는 시점에서 사면이 승인되었고 연이어 영주권까지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B씨는 캐나다에 온 지 8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에서 송별회 후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벌금형 처분을 받았습니다. 음주운전 1건 정도는 캐나다 이민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들었고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면이 된다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민 준비를 하며 정신없이 보내다 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캐나다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 수 년 간 생활하며 비자 연장 시 범죄기록을 계속 밝히지 않았습니다. 영주권 신청을 대행하는 다른 이주공사에서는 범죄기록에 대한 사면을 권유하였고 진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B씨는 고민없이 사면과 영주권을 동시에 신청했습니다. 주정부 심사까지는 무리없이 통과되었으나 2차 연방수속은 계속 지연되었고, 취업 비자 연장을 위해 신청한 Bridging Open Work Permit (BOWP)은 1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지만 B씨는 어떠한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로 연락이 온 곳은 연방 이민국이었습니다. 벌금 미납에 대한 소명을 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업무를 대행했던 해당 이주공사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고, 한국 변호사를 선임해 상황을 파악한 B씨는 그제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한국의 해당 부처에 연락했으나 벌금 납입시효가 지나 더 이상 낼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B씨는 한국 변호사를 선임하여 현재는 납입이 불가능하다고 소명하였지만 결국 영주권은 거절되고 말았습니다. 연이어 사면 심사관으로부터 처벌이 완료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만 사면을 신청할 자격이 되므로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거절 레터를 받았습니다. 진행 중이던 취업 비자 또한 범죄기록 및 허위진술을 사유로 거절되면서 즉시 출국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B씨는 8년간 캐나다에서 쌓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을 안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왔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과 달리 벌금 납부의 기한이 없습니다. 다만 벌금을 미납하는 경우 징역형으로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B씨의 경우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인정된 것입니다. 사면이 거절되었을 때 신청자가 캐나다 밖에 있다면 캐나다 입국이 불가하며 만약 캐나다 내에 있다면 출국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출국하지 않는 것이 발각되면 추방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경우 B씨가 해야 하는 것이 바로 TRP입니다. 벌금 미납에 고의성이 없었던 점, 3년 경과 후 납부가 불가한 점, 그리고 자녀들이 오랜 기간 캐나다에서 지냈기 때문에 다시 한국에서 적응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어필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다행히 이민관의 마음을 움직여 TRP가 승인되었습니다. 비자 만료일이 지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서 합법적인 체류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자 없이 지낸 2년의 기간 동안 자녀들은 때맞춰 진학할 수 없었고 가족들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비자 수속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B씨의 사례는 한국을 떠나기 전이나, 캐나다 정착 초반에 누군가가 정확한 안내만 해주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은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이처럼 사면을 위하여 처벌 후 5년이 경과해야 하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거나, 사면이 거절된 경우라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더욱 이상적인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여 불안함조차 없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