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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민 | 커리어에 대한 고민 | 성장이냐, 워라밸이냐, 이미 답은 나왔다

지난 주 주말엔 잠을 계속 못 잤는데 요새 영상 편집에 심하게 빠지면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핸드폰을 보는데, 우연히 누가 떠 놓은 스샷을 보게 됐다.

워킹맘의 삶, 뭐 그런 것에 대한 스샷이었는데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내용이었다.

몇 년 된 다큐인 것 같은데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그 다큐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니 뭐라고 할 말은 없고…

어쨌든 내가 본 스샷은 엄마, 아빠 모두 회사 일 때문에 아이 유치원 픽업이 어려운 상황에 아빠가 겨우 시간을 내서 아이를 픽업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해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는데, 엄마도 결국 할 일 다 못하고 그냥 다 던지고 퇴근하고, 아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11시에 퇴근해서 다시 외국어 공부를 하는….?

그 짧은 스샷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면서 더 잠을 자기가 어려웠었다.


10월이 되면 커리어를 바꿔야한다.

내 전임자가 Maternity leave에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애초에 알고도 이 포지션을 accept했고 (그 땐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오는 게 제일 중요했으니, 이거 말곤 답도 없었다 ㅎㅎㅎ), 오히려 1년 정도를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길어져서 1년 6개월 정도를 하게 될 것 같다.

근데 또 내 포지션은 temporary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어딘가로 가긴 가야하니 내 매니저도 많이 케어해주고 있고, 오늘은 내가 support 하고 있는 또 다른 매니저랑도 어디로 갈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봤다.

그러나 사실은 내 포지션이기 때문에 내가 주도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게 맞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그들과 얘기하기 전부터, 이미 한 두 달 전부터 매일 사내 잡사이트(internal 공고까지 같이 올라오는 내부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캐나다 뿐만 아니라 US 쪽까지 잡을 서치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사내에서 두 번째 Internal Transfer를 준비 중인데, 한편으로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커리어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잘 선택하고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존엔 정말로 정말로 많은 포지션이 있다. 상상초월.

특히 US에는 정말로 정말로 상상하지도 못한 포지션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immigration assistant ㅎㅎㅎ

등등 뭐 찾아보다보면 생각도 못한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포지션을 찾아보면서 어떤 걸 기준으로 커리어를 생각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 성장을 할 것인가? (워라밸 거의 없음 – 24/7 회사와 함께함)

– 워라밸을 중요시할 것인가? (승진 가능성 거의 없음)

지금 내 포지션은 후자다.

peak season을 제외하고는 워라밸이 나쁘지 않고, 오버타임을 하게 되면 분단위로 수당이 나온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모든 이벤트들이 취소되어서 8-4 근무시간을 거의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야근은 일절 없고 4시면 그냥 바로 땡하고 퇴근한다.

그러나 승진루트도 거의 없다. 아니, 객관적으론 일절 없다.

예전엔 성장을 원했다.

회사에서 자기계발, 자아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는 P&G였다. (세 번을 지원했다 ㅋㅋㅋㅋ)

회사를 통해 내가 발전할 수 있고,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좀 생각이 다르다.

회사에 나를 갈아넣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내 삶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며, 내가 쩔쩔매던 각종 performance metrics며…

회사 그만두는 순간 나랑 전혀 관계없는 일이 되지 않던가? 회사는 나한테 그런 존재다)

지금 내 일이 나를 성장시켜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러나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영어로 일하다보니 많이 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내 삶이 점점 더 안정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8-4 생활을 한 지 3개월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됐고, 요리할 시간도 있고, 영상 편집할 시간도 있고, 블로그 할 시간도 있다.

회사 말고 나에 대해, 나의 미래에 대해, 내 가족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 인생에 대해 주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여유를 가져다주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직장생활 외적인 시간은 거의 캐나다에 미쳐서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민공부, 아이엘츠 공부, 캐나다 삶 상상ㅋㅋㅋㅋㅋ 등등) 뭔가 여유의 질이 다르달까…

그래도 난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꽤나 만족했다.

좋은 상사들과 일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열심히 일했고, 인정도 받았고, 그 삶에 나름 만족했다.

그러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특히 “직장생활”에 대한 미래가 아예 그려지지가 않았다.

내가, 워킹맘으로서, 일에 대한 압박, 커리어에 대한 압박을 견디면서 내 가족까지 다 챙길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싱글일 땐 내 성장을 위해 24/7 회사와 함께할 수 있지만, 내 가족이 생기면 그건 불가능하니까.

한국 대기업은 어느 정도 틀이 정해져있다.

이 시기에는 승진을 해야하고, 그 시기에 승진을 할 수 있게 후배 및 동료 고과를 나눠가지는 방법으로 부서 전체가 나서서 도와주기도 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 시기에 어떤 이유로 승진을 못하면 그게 꽤나 압박이 될 것 같은 분위기일 것 같았다.

(그렇다고 주니어 때 일 잘 한다고 고과를 잘 주냐, 그런 것도 아니면서…)

(물론 일을 정말 잘했던, 내가 항상 너무 감탄했던 선배는 특진했다 ㅋㅋㅋㅋㅋ 고로 나는 그 정도까지 일을 잘 하진 않았던 것이다 ㅋㅋㅋㅋ)

아무튼 어느 특정 시기에 승진을 못하면, 동기들과 격차가 벌어지면, 내가 아이 때문에, 육아 때문에, 가정 때문에 승진을 못하면 내가 부족해서, 내가 슈퍼우먼이 아니라서라고 느낄 것만 같았다.

회사에서도 압박, 가정에서도 압박을 받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써 주신 다른 블로거의 글을 읽으며, 내가 겪은 건 아니지만 공감하면서 읽게 되더라)

사실 결혼만 해도 집안일에 허덕이는데, 육아까지 동시에 하는 건 얼마나 힘든가.

아니, 그냥 싱글일 때 회사만 다녀도 힘든데, 육아까지 동시에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건가?

모든 걸 다 완벽하게 해 내는 게 정말 가능하던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나 자신을 회사에도, 가정에도 다 갈아넣고 희생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만 같은데…?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돼서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아마존에 이직할 때 연봉도 깎고 경력이 3년 가까이 있었음에도 그냥 신입으로 입사했다.

내 목표는 오직 캐나다 하나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회사보다는 아마존 네임밸류가 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10개월만에 승진을 했다.

한국기업에서는 4년 후 대리, 몇 년 후 과장, 이런 루트를 따라야 한다면 (특진이라 해도 1년 정도 앞서가는 것일뿐) 외국계는 정말 다르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한국처럼 그냥 승진시켜주지 않는다. 약간은 인터널 트랜스퍼처럼 진행됐는데, 내 윗 레벨 사람이 그만둬서 그 포지션에 자리가 났고, 그 자리에 지원해서, 면접을 4시간 정도 본 후에 레벨업을 했으니….)

사실은 이래저래 운도 좋았고, 신입이 많았던 팀 사이에 3년 가까이 된 경력이 끼어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승진 후에 일을 정말 즐겁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커리어가 있다면 그 때를 꼽을 정도로.

캐나다에 와야 해서 9개월밖에 하지 못했지만 재밌었고, 사실 지금도 그쪽 계열로 다시 알아보고 있을 정도로 꽤 만족했다. 동료들도 좋았고 상사도 좋았다.

아, 역시 회사에서의 성장을 추구해야하나? 라고 생각할만큼.

그리고 같은 회사 내에서 포지션을 옮기며 캐나다에 왔다.

여긴 사실 더 넓은 세상이었다.

물론 미국에 본사가 있으니 온갖 Supporting role도 미국에 다 있어서 미국이 제일 넓은 세상이지만 한국 아마존이랑 비교하면 캐나다 아마존도 나름 넓은 세상이었다.

동료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커리어를 확장시켜나갔다.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레벨은 같지만 부서를 바꾸는 식으로 옆으로 가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한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방법을 정해야 될 때다.

위로 갈 것인가? 옆으로 갈 것인가? 옆으로 간다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리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있어도 되는 그런 자리로 갈 것인가?

내 매니저는 You are overqualified for this role. 이라며 나를 성장시키고 싶어한다.

성장하는 role만 추천해주고 있다 ㅋㅋㅋ

그래도 항상 챙겨주고 생각해줘서 정말 고마운 매니저다.

잡서칭을 할 때 관심있는 포지션이 있으면 hiring manager의 job history를 본다.

이 사람은 아마존에서 몇 년을 있었고, 그동안 어떤 포지션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팀원들의 job history도 본다.

그럼 신기하게도 한 레벨에 5년 10년 가까이 있는 사람도 종종 보게 된다.

그리고 정말 사람마다 커리어가 다 다르다.

몇 년 후에 대리든 과장이든 차장이든 되어야한다는 암묵적인 룰도 없고, 그냥 각자의 커리어를 향해 간다.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래서 나도 워라밸에 좀 더 방향을 두고 잡서칭을 하고 있다.

내가 캐나다 이민을 처음 생각한 건 워홀 끝무렵 23살 때였고, 본격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CIC 홈페이지를 접속한 게 입사 6개월차였던 25살 때였다.

생각해보면, 캐나다 이민을 정말 이른 시기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를 엄청 좋아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워킹맘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마음인지 정확하게는 몰랐는데, 그저 대리/과장님들의 삶을 멀리서 보며, 아 저거 너무 힘들겠다, 난 못하겠다 라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캐나다에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했을 때, 내가 가정을 어떻게 동시에 케어할 것인가를 계속 같이 생각하게 된다.

아직은 아이도 없고, 당분간 2-3년간은 계획도 없지만,

내가 캐나다 이민을 보통의 경우보다는 빨리 준비를 시작했듯,

워킹맘의 삶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내가 성장을 추구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야겠지만,

다행히도 극강의 워라밸 삶을 몇 개월 체험하다보니,

(길게 보면 캐나다 온 이후부터 약 1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면 이 일은 그다지 스트레스가 많지 않으니)

나는 회사에는 하루에 딱 8-9시간만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아예 성장을 포기하느냐?

아뇨……

제 자신을 성장시키려구요 ㅎㅎㅎㅎㅎㅎ

나 자신을 어딘가에 갈아넣어야 한다면, 그래서 성취감을 꼭 맛봐야 할 것 같다면,

다른 회사 말고 내 회사를 위해서 갈아넣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 같다 ㅎㅎ


역시나 이 모든 생각의 끝은,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로 귀결된다.

근데 생각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그 시간은 워라밸에서 생길 수 있다는 거………….

돌고 도는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런 것 같다.

생각을 했으니, 계획을 짜고, 실행을 해야겠지.

10월에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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