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은 언니가 아침에 하나씩 또는 두개 이상씩 귀여운 호두,파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온다.
호두는 내가 이세상에 보고 만난 고양이 중에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톡을 확인하면 너무 귀여운 호두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가서 꼭 끌어안고 뽀뽀도 하고 괴롭히고 싶은데, 캐나다 오기전에 한번더 못 만나고 온게 너무 아쉽다.
저 귀여운 얼굴을 , 코를 눈을 한번더 바라보고 거짓 캣잎준다고 속이고 싫어하는 빗 장갑으로 털빗기고 싶다.
너무너무 귀여운.
애기는 몸이 약하다. 뭐가 잘못됐는지 또 입술이 부어서 아랫입술이 생겼다.
종종 아파서 우리언니를 속상하게 하는 귀여운 김두두. 두두는 정말 예민하지만 귀여우니까 봐준다.
엄마는 호두를 보면, 호두는 도대체 안예쁜 구석을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단다. 그 말에 1000000000%동의한다.
너는 뚱뚱해도, 밥을 잘먹어도, 잘때 침을흘려도, 깨물고 말을 안들어도 너무 귀여워서 미워할 수가 없다.
겨울이 되고서는 털이 복실복실 더 귀여워서 털찜이 되었다. 형부는 별명도 잘 짓는다 털찜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선마우스 배터리가 나갔다.
한국은 건전지를 모아서 시청, 동사무소에 가져다주면 된다. 재활용해서 쓸수있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토양이 오염되기때문에 꼭 구청, 시청, 동사무소에 가져다주시길!
여기는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까마득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봐야지 했는데, 런던드럭스안에 이렇게 배터리 버리는 곳이 있었다. 나중에 모아놨다 한꺼번에 버려야겠다.
캐나다는 정말 이상하다. 그렇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쓰레기는 분리수거개념이 좀 낮다. 한국이야 분리수거를 안하면 굉장한 벌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도 있겠지만, 그래도 좀 다들 하려고 하는 편인데, 여기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음식물만 버려야 되는지 알면서 그냥 봉지채 버린다. 이런 무개념 인간들. 뭐 한국에도 가끔 있긴했지만…
아무튼 정말 분리수거의 개념을 좀 더 관철시켰으면 좋겠다.
그렇게 비만오던 밴쿠버가 왠열…?
요즘은 일주일간 날이 좋은것 같다. 계속 나가고싶다. 돈이 없어서 커피한잔 사 마시는 것도 벌벌 떠는 주제에 그냥 나가서 걷다보면 족저근막염의 악화가 시작된다. 저녁마다 약을 먹었더니 남편이 왜 자꾸 먹냐고… 너는 모른다 이 고통을… 요즘은 다운타운도 그냥 걸어다닌다. 버스비가 너무 아깝다. 걸어서 30분 돌아오는 길 30분이면 1시간.
나는 운동도 하고, 차비도 아낀다고 하지만, 발바닥은 그게 아닌가보다. 화가 잔뜩나서 요즘은 요가도 쉬고있는데 누워서하는 복부운동이라도 해야하는가?
겨울이 오기전에 옷배달이 왔다.
어제 저녁늦게 도착한 가방. 드디어 겨울옷을 정리했다. 옷장이 꽉 차서 이제 옷살일은 당분간 없겠다.
신발장도 꽉 차고, 신발은 사고싶어도 더 둘곳이 없다. 왜 신발이 이렇게 많은데 맨날 나가려면 신을게 없냐…
나는 지네인가?
를 고민해 본다.
앞으로 뭘 하며 살것인가?
요즘 나에게 던져진 가장 크나큰 난관이자 질문이다.
나는 간호사였다. 나는 더이상 간호사로 살고싶지 않은 것인가?
간호사로 살면서 내 천직이라고 생각해본적은 없다. 대학을 선택할때는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선택한 거였고, 대학은 정말 얼떨결에 붙었고 학교에 대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죽도록 공부했다. 그리고 처음 낸 서류가 얼떨결에 붙었다. 서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대병원 네임벨류를 보고 들어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신규생활을 버텼나 싶은데 견디다보니 하게 됐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덕분에가 아닐까?
그러나 결국 어디가나 사람이다. 나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감사한 10년을 보냈다.
학교를 다닐때는 늘 시험기간이 없는 직장인을 꿈꿨는데, 직장을 다니다보니 매일이 시험기간이었다.
나는 간호사를 내 천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병원을 둘러보니 또 익숙해서 좋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
이 고민을 30대중반에 와서 하게될줄 몰랐다. 처음직장생활을 할때만해도 30대 중반의 나는 벌써 애기2명의 엄마였는데, 참 인생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내가 캐나다에와서 살게될 줄이야.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청소년기에도 안하던 고민을 할 줄이야.
계획은 무너지라고 있는것 같다. 늘 계획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어그러진다.
그래도 또 계획하고, 또 실망하고, 또 다른 길을 걷게되는건 신의 장난인가?
어쨌든 결국엔 다 나에게 달려있다. 그 모든 계획을 어그러지게 하는것도 결국은 나태함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어리석은 나의 단면일 것이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지만, 도움을 줄 수는 있다는 친구의 말에 친구가 다니는 UBC에 왔다.
유니버시티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에 오니 너무 좋다. 내가 늘 꿈꾸어왔던 캠퍼스는 이런느낌이었는데, 명문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이미 누려봤겠지? 우리는 잔디밭도 없고, 맨날 얼차려에 선배한테 인사나 하고 거지꼴로 다니고 선배가 되서는 술만마시러 다녔는데. 이런 캠퍼스의 낭만이라 보기만 해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듣기로는 여기가 꽤 명문대라는 소문이 있는데 모르겠다.
유비씨안에 일반인도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와이파이도 무료, 물, 화장실 무료 자리도 넓고, 카페도 있고 딱 좋다. 집에서 한시간 거리만 아니면 완벽한데 말이야. 어쨌든 친구 사실은 남편의 친구 마에라와 만나 이것저것 이야기 했다. 마에라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 마에라를 처음 만난건 마에라의 생일이었는데 처음보고 아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에라는 늘 언제나 진지한것 같은데 가끔 엉뚱한 맛이있다.
나만큼 고통을 겪고있는 마에라.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방법과 이유로 고통을 겪는다.
내가 닿으려고 하는 그 끝에도 거기엔 또 다른 고통 있을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다.
산 넘어 산이다.
청소기가 왔다.
청소기 사자고 노래를 부르고 고민만 하다가 남편회사에서 다이슨과 미팅이 있었다.
다이슨에서 30% 오프를 해준다고 했는데 다이슨의 가격은 80-120만원대.
나는 청소기를 100만원 넘게 주고 살 생각이 없고, 남편은 좋은 걸 사야겠다는 마음이다.
계속 부딪혔지만 나는 그냥 이 shark 청소기를 사버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충전하는 청소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cordless를 안사고 코드가 있는것으로 구입. 아마존으로 Tax 포함 167불이니까 한국돈으로 15만원 정도 되겠다. 꽤 마음에 든다, 청소기를 구입하고는 청소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너무 기분좋다. 다 빨아들여 버렸다. 단점은 조금 무겁다. 그러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청소기!
주말이 제일 좋다. 남편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다.
오늘은 잠깐 남편친구들 선물을 사러 나왔는데, 다운타운에 뉴욕 노란택시와 NYPD경찰차가 있다.
NYPD는 뉴욕경찰을 줄여서 말하는 것.
뭐지?
영화촬영중?
밴쿠버는 제2의 헐리웃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LA는 이제 너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슷하게 나이스하면서 훨씬 저렴한 캐나다 밴쿠버에서 영화촬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예전엔 몰랐지만, 여기에 살고부터 보이는 영화의 장소들이 밴쿠버다! 하면서 보게 한 적이 있더랬다.
영화촬영을 하는 줄 알고 신나서 기웃거리니까
웃겨죽는 남편.
나한테 뭐가 맨날 그렇게 궁금한게 많냐고 웃는다. 얼른 뉴욕택시가서 사진찍어준다고 서보란다.
이날, 총소리 폭탄터지는 소리 완전 난리가 났는데 영화촬영으로 나는 소리니 놀라지 말라고 밴쿠버신문에 났다.
어쩐지 이상하게 계속 뭐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어디서 폭죽터트리는 줄 알았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집에서 한 블럭 위쪽에서 또 촬영한다.
신나서 남편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회사 아래에서도 촬영중이란다.
영화인줄 알고 신났는데, 캐나다 드라마 촬영이었다. 뉴욕택시는 영화이길 …
요즘은 한국요리를 잘 안하게 된다.
계속 여기사람들이 어떻게 먹는지 배워가려고 노력중이다.
남편이 시켜주는 프레쉬프렙덕분에 캐나다 사람들은 어떻게 먹는지도 또 배운다.
트랙터에서 일했던 덕분에 또 배우게 된다.
캐나다사람들은 버터넛 스쿼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호박중 하나인데, 나도 호박을 좋아하지만, 호박은 딱딱해서 손질하는게 너무나 무섭다.
유투브에 찾아서 버터넛스쿼시 스튜와 스프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나름 나쁘지 않았지만 다음은 더 잘 할 수 있을것 같다.
남편이랑 쇼핑을 갔다가 귀여운 슬리퍼를 봤다.
귀엽다. 라고 하니까, 겨울을 위해 하나 사잔다.
남편발이 작으면 비슷한 걸로 하나 사서 같이 신겠는데 310mm 나 되는 남편에 발에 맞는 겨울슬리퍼를 찾는 것은 쉽지않다. 집에와서 귀여운 슬리퍼를 꺼내신고 좋아하니 남편도 좋아한다.
우리는 달달한 신혼이다.
이 마음 영영 변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자냐도 우리둘만을 위해 다시 만들었다.
올리브오일을 바닥에 너무많이 깔았다. 라자냐면이 익으면서 올리브오일이 넘쳐서 오븐에 불이 날것 같아서 얼른 올리브오일을 따라 버렸다. 이번에 라자냐는 시금치를 넣어서 더 맛있었다. 남편의 점심으로 챙겨주고, 내 점심도 될 만큼 많았다. 결혼식때 다 못마신 와인도 오픈했다.
잭슨트리거는 정말 저렴하기도 하고, 괴물용량에 참 부드러워서 마시기 좋다.
캐나다 계신분이라면 추천드린다.
맛있는 라자냐사진을 보며, 이제 앞으로 뭐 먹고살지 고민해 봐야겠다…
흑흑…
간호사 하기 싫다.
정말 싫다…
그러나
또 다시 돈을 위해 도전해야 하는걸까…
[출처]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작성자 Crys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