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부러움?

7월 초의 귀국을 앞두고 여전히 바쁜 생활 중이다.

다들 한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짐을 싸냐고들 묻지만, 집 안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괜히 심란해져서 자꾸 치우고 싶어지는 거지, 뭐.

거기다가 개인적인 일꺼리도 일단 쫑!을 해야겠기에 괜시리 스트레스가 만땅이다.

그 와중에 쓸만한 물건을 정리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느라..

이 역시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이 곳 사람들은 ‘물려받는 물품’에 참 거부감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주는 사람 입장에선 항상 조심스러운 일이니까.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어제 친구를 한 명 만났지.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온 친구이다.

대학부터는 베이징에서 살았지만, 연변에서 자라서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고 예전부터 말해왔던 친구다. 어제는 점심으로 김밥을 만들었던 터라 물건도 전해줄 겸 이왕이면 점심 즈음에 오라고 했다. 점심 즈음에 와서 바쁠 줄 알았는데, 왠걸 도로에서 1시간이나 서서 수다를 떨었다.

그 수다는 길었지만, 줄거리는 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1. 너의 아이들은 그래도 한글을 아는 상태에서 캐나다에 왔으니 다행이었다.

2.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구나.

1번에 대한 부연.

그 친구는 9학년인 딸과 1학년 아들이 있다. 9학년 딸은 3학년때 중국을 떠나 아빠 직장 일로 내내 호주에 살다가 8학년때 캐나다로 이민을 온거다. 중국어 어휘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고 그나마 점점 잊어버리고 있고, 듣고 이해하는 것만 어느정도? 중국어도 계속 익혔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왜 자기가 중국어를 배워야 하냐고, 잊어버릴만 하면 싸우고 있는 주제란다.

거참.. 나같은면 외국어 하나 익힌다 치고 배울 거 같은데. 그게 그렇게 싫은가? 게다가 세계 어느 곳이나 중국인의 거주 비율이 높아서 원하면 중국어 프로그램은 정말 많다. 무료 프로그램도 많다. 심지어 최근에 외국계 운송회사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분명 외국인인 사람이 영어로도 인사하고, 중국어로도 인사하더라고. 내가 영어로 반응해서 영어로 대화했지만, 그 만큼 중국인은 큰 고객이란 말 아닌가? 중국어 배워서 손해될 일은 없을 거 같은데.. 그 딸 참.. 난 이해가 안되네.

작년에도 저 문제로 딸과 실랑이를 벌인다 하였는데, 어제도 그렇게 하소연하고 가는 걸 보면, 정말 네버엔딩 스토리인가 보다.

게다가 중국어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도 못했던 둘째에겐 중국어 배우기란 더더욱 요원한 길이란다.

2번에 대한 부연.

역시 첫째와 관련이 있다. 내가 봤을 땐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거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자기 친구들과 자기를 비교하며 자기는 ‘착한 학생’이며 ‘착한 딸’이라고 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 친구들이 어떠냐하면, 가출도 종종하고 학교도 잘 안 가고. 수업 준비고 과제 제출은 제대로 해갔던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 엄청(?) 떠먹이듯 오냐오냐 해줘서(?) 계속계속 A를 받고 있단다. (정말 허걱이다!)

온라인 수업시에는 제 때 접속은 하나, 화면을 꺼놓는 바람에 선생님은 수업 진행을 하는게 아니라 걔네들 어루고 달래느라 아무 것도 못한단다. 자기가 옆에서 듣고 있다 보면 화가 난다고. (그런데, 1학년 아들이 누나 친구들이 온라인 수업하는 모습을 배워서는 자기가 수업을 받을때도 귀찮으면 화면을 꺼버린단다. 자기가 정말 미치겠다고..)

최근엔 이 동네 무슨 설문을 해야 했다고. 엄마와 사춘기인 자녀가 응답하는 설문이었는데, 그걸 보니 이 곳은 얼마나 사춘기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이 높은지를 알겠다고. 가출에 자살율이 높아서 나라에서 오냐오냐 하는게 보인단다. 그거에 답하고 있다보니 또 얼마나 화가 나던지.. 이런면서, 사춘기 자녀 정신 건강은 이렇게 나라가 신경쓰면서, 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나의 정신건강은 누가 신경써 주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지.. ㅎㅎ;; 그러면서, 중국 학교에서는 부모에 대한 기본 예의를 계속 강조라도 해주니, 학교생활 만큼은 중국이 낫겠다는 거다. 그래서 나보고 여기서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이하지 않을 테니 그게 부럽다는 거네..

아후.. 자녀 키우기는 정말 힘들다.

나도 우리 아들에게 소위 말하는 중2병이 올 것인가.. 어떻게 오려나.. 걱정이.. 슬슬..

[출처] 귀국하는 부러움?|작성자 starlety

소셜 미디어로 나누어 보세요.
FOLLOW US ON:
Rate This Article:
NO COMMENT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