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뭔가, 일기장 같이 되어버린 나의 블로그.
현재 뉴욕주 간호사 면허증만 가지고 있으면 비자 없이도 일 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뉴욕에 갈까 ? 라고 남편에게 살짝 얘기해보았다.
남편은 너의 결정이 뉴욕에 가야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들은 절대 너를 책임지지 않을거야. 네가 열심히 위험을 무릅쓰고 일한들 만약 네가 코비드에 감염되서 힘들거나 최악의 상황으로 죽게된다면 그들은 너를 쓰레기 버리듯 버릴거야.
잠시 흔들렸다가 결정이 똑바로 섰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잊고있었다.
돈이 없으면 길거리에 쥐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는 그곳은 미국이다.
그런면에서 따졌을때 캐나다가 더 살만하긴 하다.
요즘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쓸데없이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너무나 많아졌다.
컴퓨터를 떠나면 핸드폰, TV를 떠나면 핸드폰.
불쌍한 나의 눈에게 조금의 쉴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것 같다.
침대에 누워 남편에게 이야기 했다. 내일부터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핸드폰을 보지 않겠다.
그러나,
나의 결심은 언제나 그렇듯 약하다.
그래도 적어도 쓸데없는 인스타의 고양이와 개를 찾아보는 짓을 멈추고 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첫 소식.
미시시피주의 디트로이트에 있는 병원에 있는 간호사들이 인력을 더 주지 않으면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는 기사, 4시간의 상의끝에 병원은 인력을 더 줄 수 없으니 일하고 싶지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결정.
브레이크룸에서 시위하던 몇몇의 간호사는 그 자리에서 그만두었다.
https://www.cnn.com/2020/04/07/us/detroit-nurses-sinai-grace-coronavirus/index.html
Emergency room nursing staff at a Detroit hospital were told to leave Sunday night after they refused to work and demanded more nurses be brought into their overrun emergency room, health care workers there told CNN.
www.cnn.com
위중한 환자들을 뒤로하고 그만두었다고 욕할수 있을까?
절대 그럴수 없다. 그들은 충분히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모두의 입장이 그러하다면, 결정은 결정을 하는 자의 몫이다.
현재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병원직원들 그리고 너무 지쳐 그만둘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도 감사를 표할뿐이다.
아무튼, 기사를 읽다가 놀란점은 2명이 26명의 환자를 봐야했고, 100명을 7명의 간호사가 케어해야 했다고 하는 글을 보고, 물론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라떼는 말이야….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말이지…
신규때만해도 산부인과에서 18명, 20명을 2팀이서 볼때 정말 미쳐버릴뻔했는데…
거기다 부인과 암 환자가 8명, 그 중 몇몇은 정말 상태가 별로고, 수술은 오고 항암은 해야겠고 할때도
나는 당연히 이렇게 일하는 거구나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해서 혈액암병동으로 옮기고 4명-10명을 볼때는 나이트근무때 한 팀이 줄면서 그 팀 환자를 각 팀에서 뿔뿔이 나눌때 그 2명을 더 가져오기 싫어서 징징거리던게 생생하다.
아무튼,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더라도 그래도 한국은 아직도 대학병원 일반병실에서 간호사 1명당 10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보는 현실에서 나는 간호사 한 명당 환자수를 줄여달라고 울부짖는 우리 불쌍한 친구들을 보고 있으니 슬프다.
(그래도 보호자 없는 병동에서는 간호사1명당 5-10명으로 줄긴 했다.)
모든 환자와 보호자가 그런건 아니지만, 이런 거지같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고마운줄도 모르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해가면서 소리나 빽빽지르고 , 무식하게 쌍욕하는 환자 보호자들 정말 많았는데…그거 참고 일해주는 우리에게 제발 단 한번이라도 고마운줄 알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미국간호사들도 많이 참았다가 폭발하는 거겠지만 부당한 상황에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그저께 집에서 하루종일 칩거했다.
그래서 어제는 저녁에 남편 새 카메라렌즈도 시험할겸 집앞에 잠깐 산책을 나갔다 왔는데.
해질녁 파도소리가 참 아름다워서 가족들에게 보낼 영상을 찍었다.
인스타에도 올렸더니, 한 친구가 마치 본인이 저기 있는것 같은 느낌이라고 좋다고 해줬다.
바다가 좋은 강아지는 주인속타는 줄도 모르고 바다에 첨벙첨벙.
귀여운 것들, 그냥 순수 그 자체의 저 영혼들을 보는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은 정말 힐링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어둠이 내린 아파트위에 불빛이 가득하다.
다들, 집에서 저녁을 보내는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밴쿠버 웨스트엔드의 일상.
집에 다달았을때쯤, 예쁜 꽃이 폈다.
봄이라는걸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강렬하고 아름답게 내리쬐는 햇살과
여기저기 울긋불긋 얼굴을 붉힌 길가에 꽃들로 이미 마음이 충만해 지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이 아름다운 봄을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없음에 아쉬울 뿐이다.
아무튼 길에 예쁜꽃만 보면, 저 꽃 씨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하나 뿌리채 가져가도 모르겠다며 가져가고 싶어하는 우리엄마를 위해
산책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예쁜 꽃들을 사진찍어 보냈다.
오늘아침은 무언가 결심한듯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어제 산책한다고 입고 나갔던 청바지가 꽉 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살을 빼야했고, 나의 부스러져 가는 멘탈을 좀 다잡아야 했다.
부스러지는 건조한 멘탈에 물을 주는 방법은 나에겐 언제나 달리기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뛰자마자 너무너무 힘들어서 정말 당장 그만뛰고 싶다.
그러나 멈추면 나는 더 달릴 힘을 잃기때문에 호흡조절을 하고 스피드 조절을 해가면서 늘 5Km이상을 목표로 달리는데, 5km를 달리고 나면 뭔가 해냈다. 이렇게 죽을것 같은데도 나 해냈어 하는 뭔가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 맘때쯤 달리기를 해야한다는 걸 안다.
아직은 춥다고 긴바지를 입으라 했지만, 당당히 반바지를 입고 달리기 했다.
달리는 나는 너무 더웠는데, 내 피부는 추웠나보다.
허벅지가 빨개졌다.
달리기 덕분에 기분좋은 하루가 시작됐다.
내일은 남편을 데리고 나가야겠다.